고향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니와 함께
형제들이 모여 함께 간단한
외식이나 여행을 하곤 한다.
서울로 오시기도 하고
천안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비싸고 화려하지 않은 모임이지만
어머니와의 형제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만나는 것 자체가
행복을 한칸한칸 쌓아가는 느낌이다.
태안 바닷가에서 하루밤 자고
아침 느지막히 일어났다.
태안 토박이 선배에게 아침 식사하기 좋은 곳을 물었다.
찾아간
곳이 "초가집."
외관은 실제 초가집은 아니고, 그냥 조그만 상가에 있는
조그만 식당이었다.
위치를 잘 몰라서 20분 정도
헤맸다.
전화로 물어물어 겨우 찾아가 보니 할머니 한분이
식당밖에
나와있었다. 주인 할머니였다.
헤메고 있는 타지 사람이 못 찾을 까봐
안타까우셨던 모양이다.
문열고 들어가서 신발벗고 방에 올라가면 크지않은 밥상이 모두
여섯개 정도있는 조그만 식당이다.
아마도 중학교나
국민학교 동창모임인 듯 했다.
우리 또래의 중년 남녀 열 댓명이서
자리잡고 앉아서
서로들 편안한 반말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한눈에 이 집이 아주 오래됐고
이 동네에서 그래도 명성을 누리는
집임을 짐작케 했다.
선배소개로는 청국장을 잘하는 집이라고 했다.
하지만 토박이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 특이해 보였다.
상위에 블루스타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음식이,
아 저거구나. 우럭젓국찌개.
된장찌개와 우럭젓국찌개 두가지를 시켰다.
먼저 나온
반찬.
잘 익은 오이 소박이.
짜지도 맵지도 않으면서, 오래됐으나
물러지지 않은
이렇게 시원한 맛이 살아있는 오이 소박이.
시원상큼한
마늘 초절임.
조그만 게로 담근 간장게장.
커다란 꽃게장의 푸짐한
맛은 없지만,
혀에서 그치지 않는 깊은 맛이
내장까지 울려주고
너무나 강하게 밥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 멋지고 맛있는
반찬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된장찌개가 나왔다.
엄청 큰 냄비에 엄청난 양이었다.
4인분 이었는데, 서울에서 이정도 양이면
10인분은 되지 싶었다.
시골 인심 보여준다고 양으로 승부하는 구나
싶었던 맘은,
수저로 된장국물 한 모금 뜬 순간,
화악 사라져 버리고,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아침에 술
덜깬 숙취가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날의 깨어남을 확인시켜 주는
감미로운 식욕이 불쑥 올라왔다.
바지락, 두부, 호박 이게 건데기의
전부다.
이런 재료로 그런 맛을 내다니..
3년 묵힌 된장이라는 주인 할머니의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님이 분명하다.
"절대로 된장 안 팔아. 떄려
죽여도 안 팔아"
충청도 특유의 과장된 비유로
할머니가 묻지도
않은 대답을 주신다.
자랑할 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우럭젓국이었다.
이것도 내용물은 지극히 간단하다.
말린 우럭,
두부. 이게 다다.
국물이 뽀얀색이다.
주인 할머니의 엄살 겸
자랑이 대단하다.
"이거 내가 직접 말린거여, 작은 걸로 하면 맛이
안나,
한마리에 이게 만원짜리 사다가 말린거여,"
5인분
짜린데, 4인분 된장찌게 보다 양이 작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양이 작은
건 절대 아니다.
큼직한 우럭을, 볕에 잘 말려서 저장했다가
새우젓으로 국물간을 맞추고
우럭을 넣고 두부를 넣어서 푸욱 끓여내는 거다.
국물을 먹으면 국물이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혀에, 입천장에,
목구멍 초입에
촤악 감겨온다. 뭔가 얇은 막이 그 부분에
형성되어 덮어주는 느낌이 든다.
새우젓 국물에 생선 비린맛이 합성된
아주 미묘하고, 어찌보면 홍어 약하게 삭힌 맛을 아주 조금
닮기도
한 그런 맛이다.
할머니가 계속 음식 자랑을 하셨다.
"사람들이 말야 된장 팔아라, 오이 소박이 팔아라.. 해도 난 절대로
안 팔아"
그러면서,.. "할머니 들이 좀 달라면 좀 주긴 하지..
ㅎ" 하셨다.
내가 "할머니 마늘 초절임이나 좀 주셔요. 우리 어머니
드리게."했더니,
"하하 내가 할머니들이 달라고 하면 좀 주긴 주지.."하시면서
주방으로 들어가서 독을 하나 열더니, 엄청나게 큰 국자,
대형식당에서 국
배식할 때 쓰는, 한 국자에 곰탕 그릇 하나 다 채우는 그
국자 말이다,
그 국자로 넘치게 마늘을 담아주시는 거였다.
절대로
팔지 않는다. 그냥 주면 줬지. 정말 그랬다.
맛있는 음식과, 기꺼운
정성이 모두 넘치는 식사였다.
결국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나이드신 어머니도 한공기 반이나 드셨다.
"얘,
이 집은 다음에 친구들 하고
다시 한번 꼭 와봐야 겠다"
< 위치와 연락처 >
태안군청
앞에서 큰 사거리 방향으로 주욱 내려오다가
오른 쪽으로 행복예식장(2층짜리 작은
건물) 건물에 있다.
눈에 잘 안 띈다.
초가집, 엄마손맛
백반전문
041-675-3537